스웨덴에서 일어난 VPN 전쟁

The Pirate Bay는 스웨덴에서 비롯된 가장 오래된 토렌트 사이트 중 하나입니다. 여러번 서버가 압수되고 초창기 창업자들은 감옥까지 갔다왔지만 정체불명의 운영자에게 소유권이 넘겨져 16년째 멀쩡히 운영되고 있습니다. 히드라 같은 The Pirate Bay의 행보는 당연하지만 저작권 업계에게는 눈엣가시입니다.

북유럽 영화 회사 Svensk FilmindustriNordisk Film은 불법 복제 방지 단체 Rights Alliance의 도움을 받아 클라우드플레어에 The Pirate Bay의 운영자의 IP를 넘겨달라고 소송을 걸었습니다. 넘겨받은 IP는 스웨덴 VPN 회사 OVPN이 현지 ISP인 Obenetwork에서 임대한 서버로 드러났으며, 곧 OVPN을 향한 소송이 시작되었습니다. 참고로 영화 회사측은 IP의 소유자 정보도 제대로 모른채 법원에 소송을 걸었기에 멍청하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영화 회사 측은 OVPN은 고객의 IP 로그를 보관할 의무가 있으며, OVPN 측이 정보를 제공하지 않거나 임의로 로그를 파기할 경우 10만 크로나를 배상하도록 스톡홀롬 지방 법원에 금지명령을 요청했습니다. OVPN 측은 VPN 사업은 스웨덴 법률에 정해진 로그를 보관할 의무를 가진 ISP가 아니며 처음부터 로그를 저장하지 않았기에 금지명령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반박했습니다. 첫번째 싸움에서 스웨덴 법원은 OVPN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이에 영화 회사는 항소했습니다. 여러 VPN 회사의 보안 감사를 맡았던 Cure53의 전문가까지 고용하며 OVPN이 로그를 백업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뒤에 말을 바꾸긴 했지만 말입니다.

최종적으로 법원은 OVPN의 말이 타당하다고 판결했습니다. 영화 회사 측의 주장은 증거로 쓰기엔 부족한 일방적인 추측이었기에 빠르게 기각되었습니다. Rights Alliance 측은 판결에 공공연히 불만을 드러냈지만 이번 스웨덴 법원의 판결은 프라이버시 보호에 아주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입니다.

그럼에도 아직 위험의 여지는 남아있습니다. 저작권 업계는 VPN 회사가 로그를 보관하도록 법을 바꾸라고 정계에 압력을 넣을 수 있습니다. 각국 저작권 업계는 최근 심화되어가는 인터넷 검열을 주도하는 장본인입니다. 작년에 우리나라에 SNI 차단이 도입된 것도 웹툰을 비롯한 저작권 단체의 책임이 일정 부분 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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