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TF, 암호화폐 개인 지갑 금지 추진

5일만에 올리는 소식이 이런 기분 나쁜 얘기라 미안합니다.

FATF는 자금세탁방지 정책을 연구하고 권고 지침을 정하는 국제기구입니다. 대한민국을 비롯하여 39개의 나라가 가입하고 있습니다. 툭 까놓고 말해 미국이 기르는 애완동물 같은 기구입니다.

미국은 9.11 테러 이후 자금세탁을 막는데 병적인 집착을 보이고 있습니다. 금융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것은 물론, 때때로 불법적인 감시도 서슴치 않습니다. 그리고 다른 나라도 미국만큼의 규제를 하도록 강요하고 있습니다.

단지 미국 정부가 직접 말하면 내정 간섭으로 보이기에, 국제기구를 꼭두각시로 조종해 규제를 따르도록 우회적으로 압력을 넣습니다. 미국의 금융 규제를 따르지 않는 나라는 제재를 받거나 국제사회에 금융 블랙리스트라는 낙인이 찍히게 됩니다.

암호화폐가 점점 유명해지면서 FATF는 암호화폐를 사용한 자금세탁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작년 여름에 열린 FATF 총회에서 모든 암호화폐 사업자가 송신자와 수신자의 정보를 수집하도록 하는 트래블 룰(Travel rule)을 적용하는 권고안을 발표했습니다. 이는 사실상 전세계 암호화폐 규제의 표준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1년이 지난 지난 7월, FATF는 규제 상황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했습니다. 주 내용은 스테이블 코인의 자금세탁 가능성에 대한 얘기지만 P2P 암호화폐 거래에 대한 보고도 담고 있습니다. 그 내용은 놀랍게도 매우 충격적입니다.

https://www.fatf-gafi.org/media/fatf/documents/recommendations/12-Month-Review-Revised-FATF-Standards-Virtual-Assets-VASPS.pdf

The launch of new virtual assets however could materially change the ML/TF
risks, particularly if there is mass-adoption of a virtual asset that enables anonymous
peer-to-peer transactions. There are a range of tools that are available at a national
level to mitigate, to some extent, the risks posed by anonymous peer-to-peer
transactions if national authorities consider the ML/TF risk to be unacceptably high.
This includes banning or denying licensing of platforms if they allow unhosted wallet
transfers, introducing transactional or volume limits on peer-to-peer transactions or
mandating that transactions occur with the use of a VASP or financial institutions.
As
of yet, no common practises or consistent international approach have emerged
regarding the use of these different tools. Accordingly, there should be further work
undertaken on the extent to which anonymous peer-to-peer transactions via
unhosted wallets is occurring, the approach jurisdictions can take to mitigate the
ML/TF risks, the extent to which the revised Standards enable jurisdictions to
mitigate these risks and to continue to improve international co-operation and coordination.

FATF, 12-MONTH REVIEW OF THE REVISED FATF STANDARDS ON VIRTUAL ASSETS AND VIRTUAL ASSET SERVICE PROVIDERS

FATF는 정부나 규제받는 금융기관이 통제하지 못하는 P2P 거래가 대량 채택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P2P 거래가 자금세탁에 악용되지 못하도록 몇가지 지침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개인 지갑을 허용하는 암호화폐 사업자에게서 사업허가 박탈, P2P 거래시 송금액 제한암호화폐 송금 시 거래소나 금융기관을 거치도록 강제하는 방안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실상 P2P 거래를 금지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자금세탁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개인 지갑을 금지하는 건 얼핏 보면 타당해 보이나 이러한 규제는 몇가지 심각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선 자산을 소유자가 직접 소유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재산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법정화폐로 따지면 ATM이나 창구에서 현금을 인출하지 못하도록 은행이 막는 것과 똑같습니다. 이런 경우 은행이 사기죄로 고소를 당할 수 있습니다.

또 비싼 거래소 송금 수수료를 강요당하는 것은 물론, 거래소가 해킹당했을때 해커가 내 코인을 빼가는 걸 손가락만 빨면서 기다려야 합니다. 암호화폐를 개인 지갑에 보관하는 것은 아주 당연한 보안 사항입니다.

모든 암호화폐를 거래소에 보관하게 된다면 전세계에서 일어나는 거래가 100% 정부의 금융 감시의 레이더에 들어오게 됩니다. 이는 심각한 사생활 침해 문제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익명성을 이유로 암호화폐를 쓰는 저널리스트, 반체제 운동가, 내부고발자들은 큰 위험에 처할 수 있습니다. FATF의 권고안은 중국이나 러시아 같은 독재 국가들도 따라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점은 암호화폐의 탈중앙화가 깨지게 되는 겁니다. 모든 암호화폐를 거래소가 보관하게 된다면 거래소 마음대로 시세 조작은 물론, 더 나아가 암호화폐가 정부의 손아귀에 떨어지게 됩니다. 정부가 원한다면 암호화폐 거래를 아예 금지하는 것도 가능해집니다.

사실상 암호화폐의 존재 의의가 사라지게 되는 것입니다.

이 정신나간 지침이 과연 주요 선진국에서 실제 규제로 승인될지는 모르겠습니다.

주요 암호화폐 커뮤니티에서는 유럽의 GDPR을 포함한 여러 개인정보보호법과 충돌하는 반인권적인 생각이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규제안을 밀어붙인다면 어쩌면 전세계 정부가 소송에 휘말리게 될지도 모릅니다.

중요한 건 FATF가 추진하는 규제는 사실상 암호화폐의 멸망을 의미한다는 점입니다. 이게 현실이 되지 않도록 업계와 시민사회의 정치적인 움직임이 필요합니다.

국제사회가 박살낸 금융 프라이버시를 재건할 마지막 희망이 점점 사라지는 것으로 보입니다.

빅 브라더가 지배하는 1984의 세계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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